로고까지 다 만들고 나서 상표 검색을 해봤더니, 브랜드 이름이 이미 등록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일을 겪으면 로고 비용도, 시간도, 애정도 한꺼번에 물거품이 됩니다.
상표등록은 브랜드를 보호하는 법적 장치입니다. 의외로 많은 분이 “로고가 완성되면 그때 하지” 하면서 미루곤 합니다. 하지만 상표등록은 로고 없이 브랜드 이름만으로도 가능합니다. 이름이 정해진 시점에 문자상표부터 출원해 두면 다른 사람이 같은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브랜드명을 선점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상표등록 셀프 출원이 실제로 가능한지,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어떤 순서로 진행하는지를 정리했습니다. 특히 로고 없이도 브랜드명만으로 출원할 수 있는 “문자상표” 방식을 중심으로, 사업 초기에 가장 현실적인 출원 전략까지 함께 다룹니다.

KIPRIS 선행상표 검색 화면
상표등록이 필요한 이유
상표법은 “먼저 사용한 사람”이 아니라 “먼저 출원한 사람”에게 권리를 줍니다. 브랜드 이름을 2년 동안 써왔더라도 다른 사람이 같은 이름으로 먼저 상표출원을 하면 그 사람이 법적 권리자가 됩니다. 간판을 내려야 할 수도 있고, 패키지와 홈페이지, SNS 계정명까지 전부 바꿔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어요.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는 서비스를 오픈한 다음 날, 제3자가 같은 이름으로 상표를 먼저 출원했습니다. 상표법상 먼저 출원한 쪽이 권리를 갖기 때문에, 티켓몬스터는 결국 큰 비용을 들여 상표권을 매입해야 했습니다. 하루 차이로 브랜드 이름의 법적 소유권이 넘어간 셈이에요.
소규모 브랜드라면 더 조심해야 합니다. 대기업처럼 법무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상표 분쟁이 발생하면 시간과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브랜드 이름이 정해지는 시점에 상표출원을 함께 진행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로고가 아직 없어도 괜찮습니다. 브랜드명만으로 출원하는 “문자상표”라는 방식이 있고, 사업 초기에는 오히려 이 방식이 더 유리합니다.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상표등록, 셀프로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합니다. 로고가 아직 없어도 브랜드 이름만으로 출원할 수 있고(문자상표), 변리사 없이도 특허청 전자출원 시스템(특허로)에서 직접 할 수 있어요. 절차 자체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다만 “할 수 있다”와 “잘 할 수 있다”는 조금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셀프 출원이 적합한 경우와 전문가 도움이 필요한 경우를 나눠서 생각하면 좋습니다.
셀프 출원이 적합한 경우
브랜드 이름이 독창적인 조어(새로 만든 단어)이고, 사업 분야가 명확하며, KIPRIS에서 검색했을 때 유사한 상표가 거의 없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출원서 작성이 비교적 단순하고, 심사에서 거절될 가능성도 낮아요.
전문가 의뢰가 나은 경우
브랜드 이름이 일반 명사에 가깝거나, 이미 유사한 상표가 존재하거나, 여러 상품류에 걸쳐 등록해야 하는 경우입니다. 유사 상표와의 구분을 위한 의견서 작성이나 지정상품 설정은 전문 지식이 필요한 영역이에요. 특허청 기준 전체 출원의 약 30%가 거절되는데, 셀프 출원에서 이 비율이 더 높다는 점도 참고해야 합니다.
상표등록 셀프 출원 5단계
전체 절차를 5단계로 정리했습니다. 순서대로 따라가면 됩니다.
1단계. KIPRIS에서 선행상표 검색
출원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특허청이 운영하는 무료 검색 서비스 KIPRIS에서 내가 사용하려는 브랜드 이름이 이미 등록되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검색할 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정확히 같은 이름만 검색하면 안 됩니다. 발음이 비슷한 이름, 철자만 다른 유사 표기, 같은 업종(상품류) 내 등록 여부까지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등록할 브랜드명이 “모닝띵스”를 검색한다면 “Morning Things”, “모닝씽즈”, “모닝” 등으로도 검색해 봐야 해요. 상표 심사에서는 발음, 외관, 관념(뜻) 세 가지 기준으로 유사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실전 Tip. KIPRIS 검색 결과에서 "등록" 상태인 상표만이 아니라 "출원" 상태인 상표도 확인하세요. 출원 중인 상표가 먼저 등록되면 내 출원이 거절될 수 있습니다.
2단계. 상품류(니스분류) 확인
상표는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에 사용하는가”에 따라 분류됩니다. 국제상품분류(니스분류) 기준으로 총 45개 류가 있고, 내 브랜드가 속하는 류를 지정해서 출원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핸드메이드 비누 브랜드라면 3류(화장품·비누)에 해당하고, 카페 브랜드라면 43류(음식점업)에 해당합니다. 의류 브랜드라면 25류(의류)가 되겠죠. 여러 분야에 걸쳐 있다면 복수의 류에 출원할 수 있는데, 류가 늘어날수록 비용도 늘어납니다.
실전 Tip. 특허청 고시 명칭에 해당하는 지정상품을 선택하면 출원료가 52,000원이고, 직접 작성하면 56,000원입니다. 고시 목록은 특허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3단계. 특허로에서 전자출원
특허로(patent.go.kr)에 접속해서 상표등록출원서를 작성합니다. 회원가입과 공동인증서(구 공인인증서)가 필요합니다. 출원서 작성 항목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출원인 정보(이름, 주소, 연락처), 상표 유형, 지정상품(2단계에서 확인한 상품류와 구체적 상품명)입니다.
여기서 상표 유형을 선택해야 합니다. 로고가 완성되어 있어야만 상표등록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상표는 크게 문자상표, 도형상표, 결합상표로 나뉩니다. 문자상표는 글자(브랜드명)만으로 출원하는 방식입니다. 로고 디자인 없이 텍스트만 입력하면 됩니다. 심사가 통과되면 다른 사람이 같은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습니다. 등록한 브랜드명으로 자유롭게 로고를 만들 수 있고요.
다만 문자상표만으로 로고의 시각적 디자인 자체까지 보호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로고 디자인을 법적으로 보호하려면 도형상표를 별도로 출원해야 합니다. 도형상표는 로고 이미지 자체를 출원하는 방식이고, 결합상표는 문자와 도형을 합쳐서 출원하는 방식입니다.
예산이 한정적이라면 문자상표부터 먼저 등록하는 것을 권합니다. 브랜드 이름을 선점할 수 있고, 로고가 아직 없거나 나중에 바뀌더라도 이름에 대한 보호는 유지됩니다. 로고 디자인까지 법적으로 보호하고 싶다면, 로고가 확정된 뒤에 도형상표를 추가로 출원하면 됩니다.
웹 기반 서식 작성기를 제공하기 때문에 별도 프로그램 설치 없이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출원서를 제출하면 다음 날까지 출원 관납료를 납부해야 접수가 완료됩니다.
4단계. 심사 대기
출원 후 심사까지는 현재 기준 약 12~14개월이 소요됩니다. 이 기간 동안 심사관이 출원된 상표에 거절 사유가 있는지를 검토합니다. 심사를 통과하면 출원공고(2개월) 후 등록 결정이 나옵니다.
심사 중에 “의견제출통지서”가 올 수 있습니다. 유사한 선행 상표가 있거나, 식별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때 발생하는데, 이 경우 정해진 기간 안에 의견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셀프로 출원한다면 가장 어려울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의견서 작성에는 상표법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변리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5단계. 등록료 납부
등록 결정 통지를 받은 날부터 2개월 이내에 등록료를 납부하면 상표권이 발생합니다. 상표권은 10년 단위로 유지되며, 갱신을 계속하면 반영구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상표등록 비용 정리
셀프 출원과 변리사 의뢰의 비용 차이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아래는 1개 상품류 기준입니다.
- 셀프 출원 시 (관납료만 발생)
출원 관납료 52,000원 + 등록 관납료 약 210,120원. 합계 약 262,120원입니다. 5년 분할 납부를 선택하면 등록료를 나눠서 낼 수도 있어요. - 변리사 의뢰 시 (관납료 + 대리인 수수료)
관납료는 동일하고, 여기에 대리인 수수료가 추가됩니다. 사무소마다 다르지만, 출원 수수료 4만~15만 원 + 등록 성공 수수료 6만~10만 원 정도가 일반적입니다. 합계 약 35만~50만 원 수준이에요.
비용만 보면 상표등록 셀프 출원이 10만 원 이상 저렴합니다. 다만 거절 시 다시 출원해야 하는 비용과 시간을 고려하면, 상황에 따라 전문가 의뢰가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셀프 출원 시 흔한 실수 3가지
1) 선행상표 검색을 대충 한다
KIPRIS에서 정확한 브랜드명만 검색하고 “없네, 출원하자”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상표 심사에서는 발음, 외관, 관념이 유사한 상표도 거절 사유가 됩니다. 검색할 때 유사 발음, 단어 분리, 영문/한글 변환까지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표등록 절차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단계이기도 합니다.
2) 지정상품을 너무 좁거나 넓게 잡는다
지정상품은 상표 보호의 범위를 결정합니다. 너무 좁게 잡으면 실제 사업 영역을 보호하지 못하고, 너무 넓게 잡으면 심사에서 거절될 가능성이 높아져요. 현재 판매하는 제품뿐 아니라 가까운 시일 내에 확장할 계획이 있는 영역까지 포함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표등록 후에 지정상품을 추가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별도 비용이 발생하므로 처음부터 여유 있게 잡는 게 효율적입니다.
3) 상표 유형 선택을 잘못한다
상표 출원 시 문자상표, 도형상표, 결합상표 중 어떤 유형으로 출원할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결합상표(문자+로고)로 출원하면 비용은 한 번이지만, 그 로고 형태에 맞춰서만 보호받습니다. 로고가 바뀌면 기존 상표로는 보호받지 못하고 새로 출원해야 해야 합니다. 사업 초기에 로고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면, 문자상표로 이름부터 보호하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
이전에 문구 브랜드를 준비할 때 직접 겪은 일입니다. “Morning Things”라는 브랜드 이름을 정하고 로고까지 완성한 뒤, 로고를 포함한 결합상표로 출원했습니다. 다행히 유사 상표가 없어서 출원은 순조롭게 접수되었어요. 그런데 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사업 방향이 바뀌면서 그 로고도, 브랜드 이름도 사용하지 않게 되면서 최종 등록은 하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면 두 가지를 배웠습니다. 첫째, 상표 검색과 출원은 이름을 확정하는 단계에서 함께해야 합니다. 로고 디자인 비용을 쓰고, 패키지를 제작하고, 홈페이지를 만든 뒤에 상표가 안 되면 전부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니까요. 둘째, 결합상표는 출원한 그 조합 그대로만 보호 대상입니다. 로고가 바뀌면 새로 출원해야 하고, 브랜드명만 따로 보호되지는 않아요. 사업 초기에 브랜드 방향이 유동적인 시기라면, 우선 문자상표로 이름부터 보호하고 로고는 확정된 뒤에 추가 출원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순서입니다.
상표등록 전에 확인할 체크리스트
상표출원을 준비하면서 아래 항목을 점검해 봅시다.
- KIPRIS에서 동일 명칭, 유사 발음, 단어 분리 검색을 모두 했는가.
- 내 사업에 해당하는 상품류(니스분류)를 확인했는가.
- 지정상품을 현재 사업 범위와 향후 확장 범위를 고려해서 정했는가.
- 문자 상표로 출원할지, 도형(로고) 포함 상표로 출원할지 결정했는가.
- 전자출원을 위한 공동인증서를 준비했는가.
이 체크리스트를 모두 통과했다면 셀프 출원을 시도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하나라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 변리사 상담을 먼저 받아보는 것을 권합니다. 초기 상담은 무료인 곳도 있습니다.
브랜드 이름을 지키는 가장 빠른 방법
상표등록은 복잡하고 비싼 절차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셀프 출원이라면 약 26만 원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절차도 5단계로 정리하면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억해 둘 것은, 로고가 완성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브랜드 이름이 정해진 시점에 문자상표부터 출원하세요. 이름을 먼저 보호하고, 로고는 확정된 뒤에 추가하면 됩니다. 사업 초기에 가장 현실적이고 유연한 전략입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브랜드 이름, KIPRIS에서 한 번 검색해 보세요. 3분이면 됩니다.